1917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게차(forklift)\'는 올해로 100세가 됐다. 물류 산업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지게차는 미국 회사 \'클라크\'가 처음 만들었다. 세계 최대의 클라크는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쇠락으로 접어들어 결국 2002년 파산 직전에 처했다.
2002년 미국 파산법원이 경매에 내놨을 때 응찰한 5개 기업 모두 클라크를 인수 직후 창고에 쌓인 부품을 팔아 치운 뒤 문을 닫을 심산이었다. 이때 영안모자 백성학(77) 회장이 파산법원에 나타났다. \"공장을 돌려 회사를 살리고 고용을 모두 승계하겠다\" 미국 파산법원은 이 약속을 믿었다.
그리고 클라크는 영안이 인수한 지 딱 10년 만인 지난 2013년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백 회장은 클라크 회생 비결에 대해 \"기존 지게차 시장 방식이 아닌 내가 처음 모자를 들고 미국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해 가던 방식을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빠른 성장보다는 이익이 좀 줄어들더라도 판매상들과 상생하는 \'가족 경영\', 고수익.고성장에 집착한 과당 경쟁 대신 \'내실 경영\'을 내세운 것이다.
백 회장은 \"당시 업계 상위권 업체들은 잘되는 판매상 사업권을 본사가 거둬들여 본사가 부품, 서비스 사업까지 직접 챙겨가며 5% 넘는 이익을 냈지만, 우리는 2~2.5% 수익률에도 확실하게 딜러에게 지역 판매권을 인정해줘 가며 가족에게처럼 정보도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의 이런 전략은 다른 브랜드로 떠나버렸던 예전의 판매상들을 다시 돌아오게 했다. 한때 100명 아래로 떨어졌던 미국 판매상이 400명 이상 규모로 커졌고, 연매출 7억 4천만불의 회사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