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의 장편소설 『마지막 정육점』.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변주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 독특함을 선보이는 저자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오대산 월정사와 사하촌의 정육점을 배경으로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세상 끝의 정육점을 찾아가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혼식 다음날 교통사고를 당한 후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도식과 옥자. 그들은 반세기에 걸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십일 일간의 환상적인 신혼여행을 한다. 부모가 살았던 한국전쟁 이후의 혼란스러운 풍경, 어린 시절 풍문으로 들었던 역사의 비극적 현장을 체험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의 시공간에 떠밀려 다니는데…….
도식과 옥자는 왜 제대로 죽지 못하고 이곳을 떠돌고 왜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는지, 자신들이 과연 무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저자는 죽었으나 제대로 죽지 않은 상태로 세상을 떠돌며 여행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된 죽음을 살아야 한다는 역설이 무슨 의미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