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돈의 전쟁\'의 신호탄이 울렸다. 첫 테이프는 지난 1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끊었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지난 4월 출마를 선언한 후 3개월간 총 4500만 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뒤 첫 3개월간 모았던 4190만 달러의 최고 기록을 갱신한 액수다.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의 모금 액수는 공화.민주당을 통틀어 가장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모은 후원금엔 거액의 뭉칫돈이 몰리는 이른바 \'수퍼팩\' 등 외곽 단체가 거둔 모금은 빠져 있다. 수퍼팩은 무제한으로 돈을 모아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후원 조직이다. 클린턴 캠프를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 본부장은 \"4500만 달러의 90% 이상이 100달러 미만의 소액 모금\"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에서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는 지난 두 달간 1500만 달러를 모았다. 클린턴 후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선거 기부금을 낸 숫자는 40만 명에 달해 \'풀 뿌리\' 후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최근 위스콘신주 메디슨에서의 선거 유세에는 1만 명의 군중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보스턴 서폭대학교가 첫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31%의 지지를 얻어 클린턴(41%)과의 차이를 좁혔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실시된 비공식 예비투표에서도 샌더스는 41%를 얻어 49%인 클린턴 전 장관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편 공화당 후보들도 돈 전쟁에 뛰어 들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버지.형을 지원했던 수퍼팩을 활용해 6월 말까지 1억 달러(수퍼팩 포함)를 모을 계획이었다. 이를 달성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언론은 부시가 공화당 후보군 중 모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흑인 외과의사 출신으로 변변한 정치 조직도 없이 출마한 공화당의 벤 카슨도 석 달간 830만 달러를 모았다.
돈의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후원금을 낸 사람은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모금 액수가 여론조사 수치나 다름 없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 선거자금은 상한선이 없어 대선을 치를 때마다 선거 비용이 치솟는다. 2000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후보가 1억8500만 달러 앨 고어 후보가 1억2000만 달러였는데 2012년엔 오바마 대통령 6억8300만 달러 밋 롬니 후보가 4억3300만 달러를 모았다. 여기엔 수퍼팩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다. 의회 전문지인 힐은 올 초 \"2016년 대선의 선거비용은 총 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선거를 좌우한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지난달 NYT.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돈이 선거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