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감된 지 사흘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미국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시신에서 다량의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다. 여론이 두려운 경찰과 교도소는 이날 블랜드의 또다른 영상을 공개하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보려 애쓰고 있지만 사건은 점점 더 꼬여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블랜드의 독극물반응검사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조사결과 블랜드의 시신에선 다량의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성분이 검출됐다. T.H.C는 마리화나의 주성분이다. 검출된 양은 일반적으로 마리화나를 흡입한 뒤 발견되는 수치를 몇배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마리화나와 블랜드의 죽음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지만,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려한 경찰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여성의 몸 속에는 지방이 많이 있기 때문에 T.H.C 성분이 사후에 집중적으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리화나를 치사량에 이를 정도로 흡입한 것이 아니라, 숨진 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더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사후에 혈중 T.H.C 수치는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고 유지될 수도 있다”며 숨졌기 때문에 수치가 상승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블랜드가 마리화나를 피웠다면 언제 어떻게 피웠는지도 의문이다. 가능성은 두가지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블랜드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각되지 않기 위해 차 안에서 급하게 피웠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블랜드가 교도소에 수감된 뒤 몰래 피웠을 가능성이다. 어느쪽이든 경찰과 교도소는 관리에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블랜드가 수감됐던 텍사스 월러카운티 교도소는 이날 블랜드의 생전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미국 언론들은 블랜드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자 서둘러 영상을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영상 속에서 블랜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교도관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무료 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블랜드가 ‘살아서’ 교도소에 들어갔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 블랜드가 대체 왜 사흘만에 교도소 안에서 숨졌는지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시카고 출신의 사회활동가인 블랜드는 지난 13일 새 직장을 찾아 텍사스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차선변경을 하면서 깜빡이 신호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블랜드는 교도소에 수감된 지 사흘만에 감방 안에서 쓰레기 봉투로 목을 맨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의혹이 증폭되면서 검찰은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블랜드가 체포될 때 경찰이 단순교통사범에 불과한 그를 테이저건으로 위협하고 땅바닥에 무릎꿇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인종편견과 차별이 낳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