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폐기에 실패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대체 법안인 ‘트럼프케어’(미건강보험법)의 하원 표결을 상정하려다 민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 일각의 반대에 부닥쳐 전격 철회한 것이다.
공직 경험이 없는 역사상 첫 미국 대통령인 그는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 연기,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법원 시행 중단 판결 등에 시달려 왔으며 이번에 결정타를 맞은 형국이다.
취임 첫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케어 통과는 반드시 완수해야 할 첫 입법 과제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케어의 좌절은 단순한 법안 통과 실패가 아니라 취임 2개월째를 맞는 그의 정치적 리더십 자체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
더욱이 러시아 유착 논란 재점화, 오바마 도청 허위주장 논란, 거듭된 반(反)이민 행정명령 소송 등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 당론 분열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국면은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공화당 내부의 깊은 분열이 드러났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에게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경고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보수적 입법과제 추진을 위해 러시아 유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약점\'들을 묵인했던 공화당 지도부가 이제 트럼프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때 기업가 출신의 노련한 협상가로서 주목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에 한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케어 설득 과정에서 절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며 \"플랜B는 없다\"는 압박만을 가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더십과 협상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각 지역구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백명의 의원들과 적절히 협상하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