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2시간 동안 시리아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담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17년간 친구로 지내온 두 사람의 관계가 무색할 정도였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러 관계가 저점으로 떨어졌다\"며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핵무기 보유국인 양국이 이런 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틸러슨과 만나기 직전 국영 미르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실무 차원,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양국 간 신뢰는 (트럼프 취임 후)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은 푸틴과 17년 동안 친분을 쌓아왔고,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 훈장\'도 받았다. 2011년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계약을 맺기 위해 푸틴의 별장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대표적인 친(親)러 인사로 분류됐지만, 취임 후에는 러시아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무능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틸러슨 장관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회동은 성사 여부가 막판까지 불투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