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 측과 비밀 대화 채널을 구축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FBI(연방수사국)가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 수사가 백악관 심장부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쿠슈너가 대선 이후인 지난해 12월 초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났고, 이때 쿠슈너가 트럼프 인수위와 러시아 정부 간 비밀 대화 채널 구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통신 장비를 이용해 (트럼프 측과 러시아 간에) 연락을 하자\"는 방안을 키슬랴크 대사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드러내 놓고 러시아와 만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제3국에서 만나자\"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키슬랴크 대사가 모스크바에 쿠슈너 면담 내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에 감청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접한 전.현직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쿠슈너의 비밀 채널 구축 의혹을 \'간첩 행위\'에 맞먹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을 지낸 존 맥라클란은 \"이 사건을 과장해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미 정보기관 관계자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우리는 이를 \'간첩 행위\'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가 쿠슈너로 옮겨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맏사위일 뿐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백악관 최고 실세이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날 \"트럼프는 쿠슈너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며 \"키슬랴크 대사와의 만남을 보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의 러시아 대사 접촉과 비밀 채널 개설 논의를 승인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