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에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여러 명 탄생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창의성은 연고주의의 힘일까, 아니면 교육 방식의 반영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자 덕분일까. 최근 ‘행동유전학저널’에 실린 논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네덜란드 자유대학교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쌍둥이 출생 기록부를 분석했다. 이 자료에는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1800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1600쌍의 데이터가 담겨있다.
연구팀이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쌍둥이 중 한 명이 예술분야 종사자일 때 나머지 한 명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의 여부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연구팀이 예견한 것처럼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직업적 유사도가 높았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군에 속했을 때 나머지 한 명도 동일 직업군에 속할 확률은 68%에 달했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40%의 확률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유전자가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을 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연구팀에 따르면 창조적인 직종의 유전력은 70%정도에 이른다. 유전력이 70%의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는 의미이지만 그 외에도 성격적 특징, 환경적 요인 등 다른 요건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스로 창의적인 직업을 갖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창의성의 첫 번째 범주인 스스로의 개척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직업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