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
기의 바둑 대결로 우리나라는 인공지
능의 놀라운 능력을 다른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가까이서 체험했다. 이후
인공지능은 바둑 뿐 아니라, 의료 진
단, 재무 관리, 번역, 심지어 소설이
나 영화 같은 예술 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위협하는 능력을 보
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재의 인공지능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인공지능
의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은 미리 정해진 문제에 대
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있을 때 제
대로 학습을 해서 대응할 수 있다. 문
제가 바뀌면 그에 따라 새로운 대량
의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을 다시
학습시켜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새
로운 문제에 즉흥적으로 적응하는 것
에 비하면, 인공지능은 적응력에서
많이 부족한 셈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청
(DARPA·다르파)은 인공지능의
이런 약점을 보완한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
‘평생 학습 기계’(Lifelong Learning
Machine·L2M)에 착수한다고 지
난 16일 밝혔다. 평생 학습 기계 프로
젝트의 매니저인 하바 시겔만(Hava
Siegelmann)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
해 이렇게 설명했다.
“삶이란 ‘예측불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가 모든
문제나 새로운 상황까지 모두 예측
해서 (기계학습을) 프로그램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 즉, 현재의 기계학습
은 비정상적이거나 예측불가능한 상
황이 닥치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만약 인공지능이 새로운 상황에 닥치
면 잠시 서비스를 중지하고 추가적인
데이터를 가져다가 다시 학습시켜야
하는데 이런 인공지능은 크게 발전하
기 어렵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 동물은 말할 것
도 없이 아주 단순한 생물학적 시스
템도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적응하는
데 있어선 현재의 인공지능에 비해
월등하다. 평생 학습 기계는 그런 생
물의 적응력을 흉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생 학습 기계 프로젝트의 기술적
인 목표는 2가지다. 첫째, 새로운 상
황이 닥쳐도 적응할 수 있는 차세대
기계학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새 기술은 ‘배우는 기술’을 변화하는
환경에 바꿔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런 적응력을 갖추되 최
초에 인간이 부여한 최소 조건은 뛰
어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영
화 가 그리듯이 미 국방
부 인공지능이 인간이 설정한 한계
를 뛰어 넘는다면, 인류를 파멸로 몰
고간 가상의 전쟁 인공지능 ‘스카이
넷’ 같은 존재가 탄생할 수도 있기 때
문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예로 들면, 아
무리 수많은 데이터로 학습시키더라
도 기존에 학습하지 못한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벌어진다면(도로에선 늘
그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다르파는 “새 시
스템은 사고나 맹점, 도로의 취약성
등 특별히 사전에 학습하도록 프로
그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도 새롭
게 익히면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점점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인공지능을 만
들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
다. 다르파는 “이런 시스템은 (새가)
실제로 날면서 나는 법을 익히듯, 어
린이나 생물체처럼 실제 삶의 경험에
서 발전하는 형식을 갖출 것이지만,
어떻게 그런 방법을 일반화해서 만드
는지에 대한 연구는 성숙하지 못했
다”라고 밝혔다.
총 4년의 기간 동안 추진될 평생 학
습 기계 프로젝트는 1차 단계는 인공
지능의 행동을 모니터링 하고, 적응
가능한 능력의 한계를 설정한 뒤 시
스템에 (인간이) 개입하는 방법을 정
의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다. 두번째 단계에선 시겔만 박사의
전문 영역인 생물학적 학습 메커니즘
을 적용해, 살아 있는 듯 배우는 인공
지능을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