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녀 계획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없는 가정의 경우 ‘왜 아이가 없냐’는 질문을 매우 자주 듣게 될 것을 감안해야 한다. 왜냐하면 프랑스인들은 ‘결혼은 곧 출산’을 당연하게 여길 뿐 아니라, 오히려 최근에는 다자녀 가정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아직 젊은 나이거나 번듯한 집이 없어도, 확실한 직업이 없어도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렇게 낳은 아이를 키우는 것을 부모의 당연한 의무로 여기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들은 가정의 경제적 역할을 남편에게만 맡기고 싶어 하지 않으며, 자립을 추구하는 동시에 남자들도 자녀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프랑스의 출산율은 평균 2.1명으로, 유럽연합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출산율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아이와 가족에 대해 보이는 애착이 남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육아 방식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을 꼽자면 바로 부모가 권위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민주적인 가정이 등장하면서 부모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역할을 하지 않게 된 것과 달리, 프랑스 부모들은 모든 상황에서 꽤 단호하다. 특히 아이가 잘못을 한 경우 프랑스 부모들은 단호하게 야단을 치며, 때에 따라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유를 어느 정도 구속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보호하고 적절한 행동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구속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때로 ‘타임아웃’ 등과 같은 무관심으로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도 한다. 타임아웃은 미국의 사회학자 러셀 바클리가 완성한 개념으로 아이의 도발적 행동에 대처하는 방법인데, 이는 도발하는 사람을 멀리 떼어 놓는, 즉 ‘격리’하는 방법이다. 부모에게 도발한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표할 기회를 차단당하게 되며 부모와 소통하려면 편안할 때 대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갓 태어난 아이일지라도 매우 진지하게 대한다. 아이들도 권리와 의무가 있는 온전한 인격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에서 놀 권리가 있고 어른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함께 파티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퍼즐 놀이가 끝나면 퍼즐 조각들을 정리하고 어른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른들의 삶, 즉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 발전하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어려도 프랑스인들은 부모의 지시나 금지 사항을 또박또박 말로 전한다. 아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표정은 단호하게, 어조는 분명하게, 간단한 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문장을 늘 마음에 새기고 다닌다. 이 말에는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애쓰거나, 놀아 주지 못한다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아이를 갖기 전에 즐겼던 취미와 직업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