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속 명품 와인을 찾아 떠나는 시간, 어느새 12사도 중 제4사도까지 마침으로써 오늘은 중반으로 넘어가서 제5사도와 제6사도를 찾아 길을 나선다. 제5사도는 미셸 콜린 들레제에서 만든 슈발리에 몽라세 그랑 크뤼 2000년산이며 제6사도는 루치아노 산드로네 양조장에서 생산한 바롤로 칸누비 보스키스 2001년산이다. 와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제5사도는 프랑스산 와인이며 제6사도는 이탈리아산 와인이다.
칸자키 시즈쿠는 제5사도로 미셸 콜린 양조장에서 만든 몽라세 2000을 추천한 반면 토미네 잇세는 미셸 콜린 들레제 양조장에서 만든 슈발리에 몽라세 2000을 추천, 잇세가 승리한다, 제5사도의 정식 이름은 미셸 콜린 들레제 슈발리에 몽라세 그란크뤼 코트 데 뷰느(Michel Colin Deleger et Fils Chevalier Montrachet Grand Cru Cote de Beaune France)의 2000년 빈티지다. 이 와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와이트와인이며 100% 샤도네 포도로 만들어졌다. 미셸 콜린 들레제라면 프랑스 브로고뉴 와이트와인 명산지인 코트 데 본에서 가장 보석같은 생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코트 데 본 지역의 와인에는 \'콜린\'이라는 단어와 \'들레제\'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뛴다.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양조장들인 것이다. 이중 제5사도를 생산한 미셸 콜린 들레제는 콜린 가문의 미셸 콜린과 들레제 가문의 베르나데트가 혼인하면서 두 집안의 포도밭이 합쳐서 생겨난 양조장이다. 미셸 콜린은 1878년 집안에서 처음으로 양조장을 만든 에밀레 콜린의 손자로, 아크 콜린.버나드 콜린 등과 사촌간이다. 또 베르나데트는 코트 데 본 와인의 실력자로 불리는 조지 들레제의 딸, 그러니 이들 두 집안의 와인 제조비법이 어우러지면서 명품 중 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슈발리에 몽라세는 버건디에 위치한 5개의 그랑 크뤼, 즉 와이트와인 생산 포도밭 중 하나이다. 이들 밭에서 재배된 포도로 탄생한 샤도네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슈발리에 몽라세라는 이름은 1937년 만들어졌으며 여기서 재배되는 포도와 와인은 프랑스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음으로써 그 유명한 몽라세 다음의 포도밭으로 각광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엄청 비싸다. 웬만한 사람 한 달 월급에 맞먹는다. 놀라지 마시라. 한 병 가격이 1170달러이다. 이 엄청난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버건디 최고의 와이트와인을 느낄 수 있다. 바로 같은 와이너리에서 만든 비슷한 와인을 즐기는 것이다. 미셸 콜린 들레제 샤사누몽라세 프리미어크뤼가 바로 그것이다. 한 병에 약 45달러 정도이다. 와이트와인으로는 내가 가장 추천하는 와인이다.
제6사도로는 칸자키 시즈쿠는 루치아노 산드로네 양조장에서 만든 바롤로 카누비 보스키스 2001년산을, 토미네 잇세는 브루노 지코사 양조장에서 생산한 바롤로 팔레토 2001년산을 추천해 이번에는 시즈쿠의 승리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제6사도는 루치아노 산드로네 바롤로 카누비 보스키스 2001년산(Luciano Sandrone Cannubi Boschis Barolo, DOCG Italy)이다.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이 바롤로 와인은 100% 네비올로 포도로 피드몬트에서 만들어졌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촉망받는 와인이다, 즉, 피드몬트 지방도시 바롤로에 속한 11개 마을에서 네비올로 포도로 만들어지는 레드와인이 바롤로 와인인 것이다. 바롤로 와인은 특유의 풍부한 탄닌 성분 때문에 장기숙성이 필요하다.
와인이 바롤로라는 이름을 달려면 많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 38개월간의 숙성을 거쳐야 하며, 그중 18개월간은 반드시 오크통에 담겨 있어야 한다. 리저바(Riserva)라는 자격을 달려면 무려 62개월, 5년이 넘는 숙성을 거쳐야 한다. 사람들이 이탈리아 와인을 보고 아리송해하는 것이 라벨인 것 같다. 이 와인을 예로 들자면 이탈리아의 바롤로 고장 안에 있는 카누비란 밭에서 루치아노 산드로네 양조장이 만들었으며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절차(DOCG)를 거친 와인이다. 이 와인의 가격은 한 병당 320달러 정도로 역시 그냥 마셔버리기엔 부담스런 가격이다. 이보다 저렴한 일반 바롤로는 루치아노 산드로네 레 베니 바롤로(Luciano Sandrone Le Vigne Barolo)로 65달러 선이다.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바롤로 2010년산은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5년 정도의 숙성기간을 끝내고 막 시중에 나온 와인들이다. 아직 조금 어린 면이 있지만 한번 마셔보면 바롤로의 매력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바롤로 와인을 마셔보면 바롤로 특유의 만발한 꽃향기와 딸기향이 그 다음날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답다. 와인이 숙성되면서 꽃향기는 흙과 초콜릿향으로 거듭나며 우아하게 피어난다,
또 이탈리아에서 와인의 왕이자 왕의 와인으로 불리는 바롤로 와인은 몬포르띠노라고 불린다. 향기로운 꽃내음, 특히 체리향이 강하고 입속에 탄닌감이 꽉찬다는 것이다. 신의 물방울에서 토미네 잇세가 제6사도라며 가져온 바롤로는 부르노 지코사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 이 와인을 소개하는 잇세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진정한 따스함이라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줬어요, 이 와인은 지나간 반생을 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비록 잇세가 아니라 시즈쿠가 승리했지만 잇세의 이 말은 와인의 묘미를 잘 설명한다. 와인 한 잔으로 수십년간 몰랐던 진정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을 즐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