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등 패션을 리드하는 도시에서는 대낮 번화가 한복판에 잠옷을 입고 버젓하게 활보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떤 경우 잠옷인지, 평상복인지 아리송한 경우도 많지만 완전히 침대에서 막 일어난 사람 처럼 완전 잠옷 바람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뭐야 이거?\"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패션 트렌드를 좀 안다면 이들이 약간 \'맛이 간 게\' 아니라 오히려 유행의 첨단을 걷는 멋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자마 스타일의 의상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다. 오랫동안 몸에 꼭 끼는 스타일의 유행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여성들이 풍성하고 편안한 파자마 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파자마 패션은 지난 해부터 유행이 시작됐지만 올해에는 \'돌체 앤드 가바나\'를 비롯 \'발렌티노\', \'지방시\' 등 거의 모든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 패션쇼를 통해 다양한 파자마 스타일의 의상을 무대 위에 펼쳐놓아 환호를 받았다.
특별히 \'돌체 앤드 가바나\'는 지난 봄 웨스트LA의 한 호텔에서 파자마 축제를 펼쳤을 정도. 모든 참석자가 파자마 의상을 입고 참석한 이 파티는 현재 파자마가 얼마나 핫 트렌드인지를 설명하기 위한 돌체 앤드 가바나식 패션 스테이트먼트. 제시카 알바, 나오미 캠벨, 니콜 리치, 아담 센 등 패션을 리드하는 톱스타 배우와 모델 들이 특별히 개성 짙은 파자마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파자마에 패션 스테이트먼트가 주어진 것은 100년 전 코코 샤넬에 의해서다. 하지만 오랫동안 파자마는 침실에만 머물렀을 뿐 이처럼 침대를 박차고 나와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은 패션의 혁명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새로움과 변화, 기발함을 추구해 온 패션계가 결국은 가장 가장 은밀한 곳, 침실 까지 공략한 것이다.
파자마 패션의 특징은 편안함.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과 자연스러움이 현대인의 욕구에 잘 맞아 떨어진다.
LA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살바도르 페레즈는 \"한동안 여성들을 사로잡아온 레긴스에 비해 파자마 팬츠는 풍요롭고, 자유스럽고, 포용의 느낌이 강하다. 이것이 바로 각박하고 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구미를 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파자마 패션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특징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입어서는 그야말로 구질한 침실 분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살바도르 페레즈는 \"상의와 하의를 잘 맞춰입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프린트 무늬 보다는 단색의 실크 소재 옷감이 근사한 수츠로 손색이 없고, 상ㆍ하의를 한 벌로 입는 것보다 파자마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곁들이는 등 센스있는 믹스 앤드 매치가 필요하다는 것. 벨트나 가방, 모자와 신발도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택함으로써 파자마 특유의 지나친 편안한 분위기를 약간 튕기는 센스도 중요하다. 실크 파자마 상ㆍ하의를 한 벌로 입었을 경우 반드시 소매는 걷으라고 살바도르 페레즈는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