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소재 주요 콘서트홀에는 꿈의 무대를 찾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아티스트들과 단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역사책에 남을 법한 위대한 연주자부터 정체불명의 단체에 이르기까지 오고가는 사람과 단체가 많기도 하거니와 뉴욕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져 \'데뷔\'라는 단어가 특별히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필두로 뉴욕을 본거지로 하는 수많은 단체들 역시 촘촘하게 무대를 채워간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연주가 아니면 뉴욕에서 화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고 들을 연주가 넘쳐난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름은 한산한 편이다. 꼬리에 꼬리는 물고 열리던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 오페라의 공연이 휴지기를 가진다. 메트 극장에서는 5월 중순부터 7월까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의 공연이 올라가고, 뉴욕필은 시즌을 마감하는 파크 콘서트를 마친 후 중국 투어를 다녀오느라 뉴욕을 비웠다. 요즘은 Bravo! Vail 페스티벌의 상주단체로 콜로라도에 머무르고 있다.
차 떼고 포 뗀 뉴욕의 여름이 쓸쓸할 줄 알았는데 과연 그럴까? 이번 주말부터 37일 동안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제가 있다. 바로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Mostly Mozart Festival). 뉴욕을 대표하는 여름 행사로 이미 자리 잡은 이 페스티벌은 올해 22일(오늘)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6주간에 걸쳐 53회의 공연을 올린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차르트의 작품이 중심을 이루는 페스티벌로 1966년에 \'모차르트 페스티벌\'로 시작됐으니 올해로 50번째를 맞은 중년 음악제다.
페스티벌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피츠버그 심포니, 신시내티 심포니,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베테랑 단원들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한국인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수석 연주자로 함께 무대를 꾸민다. 지난 50년을 통틀어 이 페스티벌의 독주자로 초청돼 뉴욕에 입성했던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인상적이다.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피아니스트 미츠고 우치다, 성악가 엘리 아멜링과 체칠리아 바르톨리, 그리고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 레너드 슬래트킨, 데이비드 진만, 그리고 최근 제임스 레바인의 뒤를 이어 메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된 야닉 네제-세겐 등이 포함된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은 뉴욕 필하모닉 전용홀인 데이비드 게펜홀의 무대를 관객쪽으로 확장해 객석 수를 줄이는 대신 청중과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양 옆에서도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해 3면이 관객에 둘러싸인 무대가 된다. 2700석 규모의 장대한 홀의 까마득히 멀리 있던 무대를 객석쪽으로 끌어 당겨 놓아 손에 잡힐 듯 아늑하고 친밀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2002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루이 랑그리(Louis Langree)를 비롯해 조슈아 벨, 엠마누엘 엑스, 게릭 올슨, 리차드 구드,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파보 예르비, 제프리 칸, 크리스틴 괴르케, 키에라 더피 등 올해 페스트벌에 초청된 아티스트들의 이름만 보아도 기대가 넘친다.
음악제의 50돌을 기념하여 야심차게 진행하는 \'50 for 50\'는 링컨센터가 위촉한 50곡의 작품들을 초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수의 새로운 곡이 선을 보이는데, 특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퓰리처 수상 작곡가 데이비드 랭의 작품 \'퍼블릭 도메인\'은 1000명의 합창단이 링컨센터 광장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이밖에 뉴욕타임스가 \'클래식 음악계의 흥미로운 혁명가\'로 소개한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오페라 연주가인 네티아 존스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영상과 결합한 신개념 공연 \'Illuminated Heart\'를 선보이고, 세계적인 안무가 마크 모리스와 그의 무용단이 10년 전인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링컨센터가 위촉했던 \'Mozart Dances\'를 다시 올린다. 올 여름 뉴욕을 매혹시킬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