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주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한국기업인들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수준 정도가 아니라 주요 기업이 흥망성쇠의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기업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 컸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공급과잉이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 중국과 일본 업체의 공세가 치열하다. C그룹의 전략담당 임원은 \"공급과잉이 심해 가격이 너무 내려가는데 주요 납품처도 빼앗겼다\"며 \"경쟁사에서 가격을 계속 후려치고 있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매출감소도 현실이다. 비용감축 체제로 들어서 마케팅으로 판매를 늘리기도 어렵다. 일부 그룹은 해외거점 조정, 법인폐쇄 같은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고 있다. 4대 그룹 계열사의 D사장은 \"내년에는 비용 때문에 인센티브(판매 장려금)를 더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며 \"\'판매절벽\'까지 생기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감이 수출 주력 사업이자 올 한해 가장 돈을 많이 번 분야 중 하나인 반도체에까지 드리워져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당초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에서 노동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는데도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법인세를 내린다 하고 미국도 투자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데, 한국은 거꾸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은 내년 노사갈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