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과 집밖에 모르던 40세 남성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한국 자전거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쥔다. 나가는 국내외 대회마다 메달을 휩쓸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양 발목이 부러진다. 하지만 금세 털고 일어나 다시 자전거 대회 1등을 탈환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김팔용(52)씨 실화다.
강원 삼척에 사는 그는 \'업힐왕\', \'힐클라임(hill climb)의 전설\'로 불린다. 국내외 각종 업힐(uphill.오르막)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처음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20년 가까이 식당 조리사로 일하며 모은 8000여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뒤였다.
집을 사려고 모아두었던 돈을 한꺼번에 날리고 나니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위경련이 생기고 하루하루 말라가던 그가 찾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바로 자전거였다. 힘들게 허벅지 근육을 쥐어짜며 자전거로 산에 오르고 나면 걱정이 사라졌다. 자전거 동호회원이던 친구 말에 솔깃해 자전거포에 들른 그 날이 그가 난생처음 자전거 안장에 오른 날이었다.
그의 첫 자전거는 180만원짜리 국산 알루미늄 MTB였다. 한식당 주방장이었던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3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10시에 출근했다. 밤 10시에 퇴근하고도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삼척대학교 근처 경사도 15%인 언덕을 수십 번씩 오르내렸고 매일같이 봉황산을 자전거로 올랐다. 대회 때문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3개월 동안 쉬는 날 없이 연습한 뒤 참가한 제2회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에서 그는 만 39세로 30대 그룹 1등을 차지했다.
이 대회 이후 4년간 그는 출전한 모든 자전거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금메달과 트로피만 30개가 넘는다. 그는 대회마다 10대와 20대 선수들을 모두 누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씨는 \"그때쯤 자전거에 미쳐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듣기 좋았다\"고 했다.
2009년 교통 사고가 났다. 자전거로 출근하던 날이었다. 1차선에서 달리던 그는 2차선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좌회전 하는 승용차와 부딪혔다. 양쪽 복숭아뼈가 산산조각났다. 발뒤꿈치로 바닥을 디딜 수 없어 1년 동안 병원에 누워 지내야 했다. 양쪽 다리가 짝짝이가 됐고 왼쪽 발목은 완전히 젖힐 수 없게 됐다.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주변에선 그가 다시는 자전거를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1년간의 재활이 끝날 때쯤 그는 또다시 자전거 대회에 나갔고 보란듯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저한테 타고났다고, 쉽게 1위 한다고 해요. 그런데 아니에요. 목표가 생기면 목표를 적은 종이를 벽에 붙여놓고 그 생각 하나만 합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