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들 무심코 \"돈 받았느냐\" 질문, 가슴에 못처럼 박혀
사춘기 아이들 자신의 몸 깨닫고 좌절할때 억장 무너져
추석 연휴동안 마음에 한을 품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다. 이들은 \"어차피 우리에겐 명절은 생각도 못할 사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웃음꽃을 피우던 명절이 10년 전부터 그리움과 죄책감에 사무치는 고통의 시간이 됐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피해자 가족들은 일가친척이 모이는 명절 때마다 숨어 살다시피 했다. 스스로 아이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친지들 앞에 쉽게 설 수 없었다고 한다. 간질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신군(14)의 어머니(44)는 \"우리 아이는 평생 굳어버린 폐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일가친척들이 아이 상태를 물을 때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괴로웠다\"면서 \"명절 동안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집 밖을 나설 때 주저했다\"고 울먹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만성폐질환 환자인 임 모군(13)의 어머니 권미애 씨도 명절 때마다 은둔하다시피 한 것이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옥시가 피해자 배상액으로 최대 10억원을 책정한 것이 알려진 이후 피해자 가족들은 더욱 친지를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친지들이 무심코 던지는 \"돈 받았느냐\"는 질문은 못이 돼 이들의 가슴에 박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모가 클수록 피해자 가족들은 섣불리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 피해자 가족들이 단순한 금전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이유다. 권씨는 \"아이를 평생 책임지지 못할까 겁이 난다\"며 \"평생 산소통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가 나중에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죽은 후 자녀들이 어떻게 될까 고민하며 고통스런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점점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좌절하는 것도 부모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