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소농(小農)의 11명 자녀 중 둘째로 자랐죠. 매일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일상의 농사 일을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면서 팀워크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은 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세계 금융 중심지\' 미국 뉴욕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성공 비결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관계\'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어릴 때부터 대가족 속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체득한 그는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를 \'고객 관리\'를 가장 잘하는 은행으로 키워냈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회장 겸 CEO(63) 얘기다.
스텀프 회장은 \"내가 해야 할 단 하나의 업무를 꼽으라면 단연 고객 관리\"라며 \"고객의 금융 욕구를 만족시키고 이들을 부자로 만드는 것, 이게 우리의 비전이자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글로벌 은행들이 현란한 파생상품을 앞세운 투자은행(IB) 사업과 해외 진출에 매달렸을 때 스텀프 회장은 철저히 지역 고객들을 파고들었다. 겉멋 안 부리고 지역공동체에 밀착하는 토종 영업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쓰나미를 막아내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수많은 은행이 고객 밀착 경영을 외치지만 웰스파고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웰스파고 고객들은 1인당 평균 6~7개 웰스파고 금융상품에 가입해 있다. 미국 타 은행 평균(3개)의 두 배다. 스텀프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게 한 고객에게 여러 상품을 파는 교차판매다.
다른 은행들이 미국 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업을 등한시할 때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미국 모기지 1위 은행으로 올라선 것도 스텀프 회장의 고객 중심 사고가 빚어낸 성과였다. 스텀프 회장은 \"해외 시장의 성장 기회를 계속 타진하겠지만 우리의 가장 큰 무대는 여전히 미국\"이라며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기존 고객들에게 좀 더 깊숙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통 영업 방식만 고집한 건 아니다. 고객과의 쉼 없는 접점을 확보하려는 웰스파고의 집념은 미국 은행 중 선도적으로 온라인 뱅킹을 시작한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7년 웰스파고 CEO에 오른 스텀프 회장은 한때 서부 지역은행에 불과했던 이 은행을 미국 \'빅3\'로 키워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웰스파고의 총자산은 1조7900억달러로 씨티그룹(1조730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 3위 은행(자산 기준)으로 올라섰다. 시가총액(2474억달러)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 최대 은행이다.
또 한국 유수 은행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은행,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9.13% 보유)인 은행이 바로 웰스파고다. 웰스파고를 미국의 간판 은행으로 키워낸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월가의 기라성 같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2009년 연봉왕에 올랐다.
영국 가디언지 등 주요 언론은 \'아메리칸 드림\' 신화를 써낸 스텀프 회장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삼형제가 한 침대를 썼고, 고등학교 졸업 후 제빵사로 일해 모은 돈으로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를 간신히 졸업했다.
소규모 지역은행인 퍼스트뱅크의 여신 회수 직원으로 취직했고, 1983년 웰스파고로 옮겨 24년 만에 CEO에 오르는 입지전적 인물이 됐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와코비아은행을 2008년 인수하면서 전국 영업의 발판을 마련한 게 가장 짜릿했다\"고 언급한 뒤 \"고객과, 은행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피드백을 얻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