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로 근근이 버텨온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들 사이에 최저임금 1만원의 공포가 퍼지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3년 후 최저임금을 현재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면 도금.금형.용접 등 이른바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 업종의 중소기업들과 영세한 대기업 2, 3차 협력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시화.반월공단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수천만원도 안 되는 공장들이 수두룩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일회성 비용 증가가 아니라 버는 돈으로 인건비도 못 주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면 연쇄 도산 위기 터질 것”
중소기업청의 ‘2016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숫자는 약 13만4000 곳으로 평균 영업이익은 약 2억2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30%는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가 중소기업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의뢰한 결과,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중소제조업체 한 곳당 평균 6000만원 안팎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1억원 미만인 제조업체와 현재 적자 상태인 기업들이 모두 한계 상황에 놓인다는 결과다. 다시 말해 6만~7만 곳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 늘어도 3D 업종에서는 인력 못 구해”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한국인 근로자들의 중소제조업체 기피 현상은 개선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반월공단 K사는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직원 임금도 약 2배로 올랐지만 한국인 신입 근로자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60대 근로자가 나간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로 메우는 행태는 중소제조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끔 찾아오는 한국인 취업 희망자는 다들 반나절 만에 그만둔다”고 했다.
현재 중소 제조업체들은 153만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인력난으로 부족 인력이 6만명에 달한다. 그나마도 2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백을 메운다.